상단여백
HOME 피플 인터뷰
불교서 말하는 찰나 측정시도는 실패
  • 박희범 과학기술전문기자
  • 승인 2016.11.27 12:00
  • 댓글 0

◇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제1저자)

불교에서 얘기하는 '찰나'라는 시간측정에 나섰다 실패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촉각자극분배장치를 개발해 인간의 주의 집중력을 계량화하고 과학적으로 수치화하는데 성공한 김성철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로부터 연구 진행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친뒤 동국대 불교학과 석사과정에 다시 들어가 교수까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처음 촉각자극분배장치를 고안, 제작한 목적은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이 최소 단위인 ‘찰나’의 길이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찰나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심리적 시간의 최소 단위다. 즉 인간에게 인지 가능한 시간의 최소 단위를 찰나라고 부른다. ‘아비달마구사론’이라는 불전의 내용에 의해 계산하면 1찰나는 1/75초가 되는데 1찰나보다 짧은 시간 동안 지속한 사건을 우리의 감관에 인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시각의 경우는 인간에게 인지 가능한 최소 단위의 시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고, 그 길이는 불전에서 말하는 찰나의 길이, 즉 1/75초에 근접한다.

그렇다면 촉각의 세계에서도 1찰나가 1/75초일까?

불교철학을 강의하면서 찰나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언젠가 이를 측정하는 실험을 꼭 해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2013년 중반 1년 동안의 안식년을 받아 촉각자극분배장치를 제작해 개인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촉각자극이 발생하더라도 마치 잔상과 같이 그 촉각이 여운이 남기에 찰나를 측정하는 실험에는 실패했지만, 촉각자극분배장치에서 발생하는 순간적인 촉각자극을 모두 인지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불교의 위빠싸나 수행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연구에 사용하는 촉각자극분배장치(제품명: Sati-Meter)를 완성하게 됐다.

그런 도중에 한국연구재단의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에 본 연구가 선정돼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총 100여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4종을 실험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실험의 결과를 논문으로 완성해 25일 열린 한국불교학회 2016년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해 소개하면.

△ 처음 실험에 들어갈 때에는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기 전까지 자가 실험을 하면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는데,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가설이 적용될 수 있는지 미지수였다. 불교논리학이나 ‘아비달마구사론’의 인식론과 찰나론 그리고 위빠싸나의 수행 원리와 현대 심리학의 주의(注意) 이론에 근거해 촉각자극분배장치를 제작해 발표하게 된 것이다.

하긴 했지만, 실험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전례가 없는 실험이었기 때문이었다.

촉각 주의력에서 개인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실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에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이 도로(徒勞)에 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달리 이번 실험을 통해서 위빠싸나 수행 경력자나 운동선수의 촉각 주의력이 일반인보다 뛰어나며 명상이나 운동의 종류에 따라 신체 좌측과 우측의 촉각 주의력에 차이가 있음도 알 수 있었다.

또 그 결과를 대뇌 양반구의 기능차이와 연관시켜 보니, 그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실험 시작 전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실험결과들이었다.

실험은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연구보조원 강남옥, 김지명 선생이 담당했다. 실험 데이터에 대한 통계처리는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응용통계학과의 김진석 교수가 맡았다. 공동연구원인 정신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와 불교학부의 안양규 교수가 많은 조언을 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피험자 모집이 가장 어려웠다. 기억 장애를 느끼는 사람 두명을 추천 받아서 Pilot study를 하려고 했는데, 실험 전에 실험동의서를 읽다가 그 내용에 부담을 느꼈는지 서명하기 전에 실험을 거부하고 돌아간 사람도 있었고, 어떤 피험자의 경우는 가족의 완강한 반대로 실험을 도중에 중단한 경우도 있었다.

신체에 전혀 해가 없고 비침습적으로 이루지는 실험이었는데도,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참여를 중단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캠퍼스 도처에 피험자 모집 포스터를 부착하고, 실험참여에 대한 답례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의 노력을 통해 총 1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실험에 참여시킬 수 있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관리하는 제반 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장치를 제작하고 실험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은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장치의 제작과 실험 과정에서 매 단계마다 해당 부서 담당자의 조언과 통보를 받아가면서 합법적으로 장치를 제작하고 실험했다.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지극히 주관적 체험인 불교명상의 깊이를 객관적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는데, 실험을 통해 그 효용성을 입증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실험에 사용된 촉각자극분배장치는 문자 그대로 ‘촉각 주의력’만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지만, 촉각 주의력이 그대로 한 개인의 주의력 전반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아동의 주의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은 개발되어 있지만 ‘성인의 주의력’을 측정하는 장비나 프로그램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촉각의 영역에 국한되긴 하지만 성인의 주의력을 측정하여 그 우열을 비교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산출한 최초의 실험이었다는 점 역시 이번 연구의 큰 보람이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촉각자극분배장치로 주의력 측정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이 이외에 세 가지 실험을 더 했다. 한 가지는 본 장치로 10회에 걸쳐 주의력을 훈련한 후 피험자의 단기기억과 마음챙김 능력이 향상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실험(‘한국형 5요인 마음챙김 척도 사용’), 다른 한 가지는 촉각자극을 순차적으로 발생시킨 후 그 개수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한계를 측정하는 실험, 마지막은 10회에 걸쳐 주의력을 훈련한후 숫자기억과 공간기억의 향상 여부를 검사하는 실험이다.

이런 세 가지 실험 결과 얻어진 데이터에 대한 통계분석이 완료되면 이 역시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새로운 실험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기억장애, 치매, ADHD 등의 치료를 위한 촉각자극분배장치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를 시작하고 싶다. 평균 나이 100세 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억장애와 치매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약물이 아닌 ‘마인드 트레이닝 기기’를 사용하여 그런 질환이 예방되고 치료된다면 참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지금의 실험과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 중에서 ‘씨앗 형’ 과제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는데, 앞으로 ‘새싹 형’ 과제로 진입해 이런 모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싶다.

또 촉각자극분배장치는 시간, 개수, 위치, 순서에서 패턴이 다양한 촉각자극 발생시킬 수 있다는 기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 장치를 이용해 주의나 인지의 문제, 심리적 고통을 해결해 주는 맞춤식 촉각자극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효능이 입증될 경우 이를 널리 보급하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그럴 경우 100세 노인이 되어도 촉각 주의력 훈련만 하면, 누구나 총명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실험에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재학 중인 많은 학생들과 학인 스님들이 적극 참여해 주었다.

인위적으로 순간적으로 주어지는 촉각 자극의 개수를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모두들 처음 해 보는 일이기에 흥미로워 했다. 본인은 틀림없이 3~4개의 자극만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주어진 자극을 보니까 그것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했다. 즉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부위의 촉각 자극은 의식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서 신기해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30~50분 동안 촉각자극분배장치를 이용한 명상을 하고 있다.

그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가설을 세우기 위한 소위 ‘전위적(前衛的)인 기계 명상’을 매일 아침마다 하면서 훈련 시간과 작동번호 오인(誤認) 여부 등을 모두 기록한다. 그러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기억력이 점차 향상한다는 점이다. 이 효과 역시 앞으로 다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험하여 입증하려 한다.

김성철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들어가 치의학으로 석사까지 마친뒤 동국대서 인도철학을 다시 전공, 석 박사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사회문화연구원 원장, 한국불교학회 부회장, 인도철학회 부회장, 불교학연구회 부회장, 전법학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희범 과학기술전문기자  snews@s-news.kr

<저작권자 © Science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성철교수#동국대#불교학부#찰나#아비달마구사론#한국연구재단#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위빠싸나#

박희범 과학기술전문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