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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우울증 걸린 과학기술계...정부 책임은 없나

벚꽃은 활짝 폈지만, 과학기술계는 우울하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당혹스런’ 낙마가 일으킨 후유증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 정부들어 처음 있는 일이 과기계에서 벌어졌다.

청와대가 밝힌 철회 배경의 골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해외 부실학회 참석을 감춘 것 등 두 개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청와대의 과기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막막하다. 구조적인 병폐로 인해 생긴 일인지, 아니면 청와대 검증의 문제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모두가 책임져야할 사안일지 답 찾기가 쉽지 않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마음이 답답하다”는 말로 이번 사태에 대한 소회를 나타냈다. 누구 편을 들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저간의 또 다른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조 후보자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는 것도 알 것이다.

물론 과기계 스스로 자승자박한 점도 없지 않다.

청와대가 적용하고 있는 7대 인사배제 기준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관련 범죄다.

조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서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의원들의 입질에 올랐다.

사실 냉정하게 볼 사안도 있다. 몇 가지 건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조후보 부인이 지난 2014년 이후 해외 나간 횟수는 35회다. 이 가운데 16회가 미국이고, 모두 부부동행 출장을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공동 경비 일부라도 세금이 쓰였으니, 고발조치 하겠다는 것이 일부 의원들의 판단이다. 일반인에 비해 자주 나간 것은 맞지만, 나간 자체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게 맞을까?

조 후보자가 무선충전차량 기술로 만든 기업 와이파이원의 주식을 54% 30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 청문회서 튀어 나왔다. 와이파이원의 대표가 조 후보의 서울대와 KAIST 직속 후배라는 점도 제기됐다. 와이파이원 대표는 KAIST 창업원에 겸직 상태다. 그러나 절차상 아무런 위법이 없다면?

자녀에게 4000만~3000만원 짜리 포르쉐와 벤츠를 사준 것도 이슈가 됐다. 국민 정서상 포르쉐와 벤츠는 고급 차에 속한다. 그러나 수억 원 씩 하는 람보르기니는 아니다. 이 또한 정서와 관련해 판단할 문제다.

외환 관리법 위반이나 비유학 기간 송금 등 소소한 실수도 눈에 띈다. 액수가 11만 6000달러나 되기에 부담스런 단위긴 하다. 하지만 해외서 아르바이트 없이 공부만 한다면 그만한 학비송금은 불가피하다.

재산도 시세차익 40억 원을 포함해 70억 원이라고 자료를 냈다. 재산이 많고 적음도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역량과 크게 관계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가짜학회 7회 참석, 4839만원 지출 건이 뼈아프다. 지난해 논란이 돼 전수 조사를 하고 자진 신고를 받은 사안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정부가 개인 평가에 해외에서의 논문발표를 반영하고 강요하기에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개인의 일탈 뒤엔 정부 책임도 있다는 사실이다.

여튼 이로인해 KAIST는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모든 산하기관 및 출연연구기관에 국내 출장과 강연, 평가 등에 관한 사항을 모두 자진신고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전수 조사뒤 사안에 따라 감사도 실시할 것이 뻔하다. 하반기 국정감사 때는 이 사안들이 도마 위에 오를 공산이 크다.

이래저래 이번 사태가 조용히 지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계의 위상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번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는 연구자 조동호 외에 아버지 조동호와 남편 조동호, 인간 조동호도 함께 죽였다. 회복 불능상태에 빠뜨렸다. 잘한 일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10명의 과기부 장관 후보를 접촉했지만, 모두가 거절해 조동호 후보에게 그 자리가 돌아갔다”는 말을 들었다는 과기계 한 인사의 넋두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앞으로 누가 장관을 하려 할지 참 걱정스럽다.

박희범 기자  snews@s-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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